*개인적인 소견을 기록합니다.

 

벽오금학도 - 이외수 作

 

 

 

기술서, 매뉴얼, 성공기... 요즘 서점에서 유행하는 책들은 왠지 읽고 나면 읽었는지 안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서재 한켠에 자리잡고 몇 년간이고 계속 다시 읽혀지기를 기다리는 책이 바로 이 책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최근의 대한민국의 정치, 문화, 사회 등은 대 혼란의 세대가 맞는 듯 하지만 이 책을 다시 읽어보니 이는 내 짧은 소견일 뿐. 1992년 5월 1일 초판 발행의 마지막 장을 보면 '역시 모든 시대는 격동의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 

 

 

 

 

트위터 / 페이스북을 통해서 간간히 벽오금학도의 저자인 이외수 선생님의 소식을 들을 수가 있다. 최근 암치료를 하시고 회복 중이시라는데 오랫동안 건강하시길 바라는 마음 뿐이다. 

 

벽오금학도는 내 10~20대의 사고와 많이 닮아 있다. 그 당시...도덕경, 채근담을 비롯해서 니체에 빠져 있었고, 갖가지 신비한 현상은 지구 어디에선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던 때이다. 지금도 모든 과학적 논리를 인간사에 적용하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지만 이런 부분에서 이 책은 때로는 진부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나도 스스로 진부하다고 생각하나보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과거와 연결된 미래의 고리는 계속되는 느낌에 겸손해지며 명상이 부재된 삶 속에서 다급히 하루를 살아가는 자신을 반성해본다.

 

 

백발 동안의 '강은백'은 마치 작자가 소설 속으로 들어가 화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청렴하고 속세의 욕심이 없지만 어느 종교나 세상의 유행과는 거리가 멀고 자신의 삶과 가치를 묵묵히 살아가는 청년이라면 지금의 백발 노인이 되신 이외수 선생님과 많이 어울린다. 

 

 

다시 정독을 하면서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의 시각과 많이 달라진 자신을 발견했다. 이 책 속의 세상에서 이번에 더 많이 부각 되어서 나에게 다가온 점은 두가지이다. 

 

이 두가지가 제목에 쓴 것처럼 변해버린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이다.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완벽하게 존재한다. - 최근에는 인터넷 상에서 기록하고 검색할 수 있는 방식으로의 검증, 논리적 근거 등을 통해서 사람을 평가한다. 스승의 그림자 정도는 밟아주고, 스승의 과거 정도는 들춰주는 세상이다. 특히 어떤 부분이든 깨달음을 위한 시간 보다는 쉽게 알아먹을 수 있도록 수많은 견해와 의견을 달아서 현 시장에 맞게 풀어주는 사람을 더 원하는 세상이 아닐까 싶은데... 아쉽게도 '득우'가 만났던 '고산묵월' 같은 인연은 아마도 너무 먼 시대의 이야기가 된 것 같아서 아쉽다. 

 

그 당시의 문제점은 아직도 해결되지 못했다. - 정치, 도덕, 인격, 사회적인 잣대 -물론 작자의 견해겠지만 이런 문제들은 현 시대의 고민과 대부분 똑같다. 친일파의 집권, 물질 만능주의의 피해, 진실된 언론의 부재, 그리고 최근 논란이 되어 있는 졸부적 갑질... 대부분 요즘의 사회 문제가 벽오금학도의 세계에도 똑같이 등장한다. 

 

 

조금 더 순수한 눈으로 책을 읽었으면 했는데 그러질 못했나보다. 그래도 가슴 한켠에 숭고한 작품속을 드나드는 예술적 망자가 조금씩 되살아나게 해주는 시간이였다. 그리고 마지막 키워드는 역시 사랑이였으며, 그 기다림의 윤회는 슬프도록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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